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ディープブルー - 2023. 10. 5. 00:16





  물에 흠뻑 젖은 모래가 니이나의 셔츠 위로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잘 어울리네."

  하얀 파도가 땅을 향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물이 차고 빠지는 마지막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앉은 단은 두 손으로 그의 등 뒤를 짚은 채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금방 그녀에게 모래를 던진 사람이 마치 그가 아닌 것처럼.
  화를 내야 할 순간이었다. 니이나를 학교에서부터 줄곧 무시하며 바닷가까지 걸어온 것도 단이었고, 소매를 붙잡는 니이나의 손을 뿌리치다가 발을 삐어 해변 위에 주저앉아 버린 것도 단이었다. 일주일째 골이 난 듯 토라져 있던 연유를 알고자 한 것이 문제란 말인가. 니이나는 오른손으로나마 셔츠를 털어내며 단을 흘겨보았지만, 단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바닷가에서 그와 처음 마주쳤을 때와 같은 미소였다.

  "애처럼 굴지 마십쇼."

  무릎을 짚고 일어나는 단의 나이는 올해로 열일곱. 니이나가 이 마을로 내려오기보다 몇 달도 더 전에 단의 생일은 지나갔었고, 니이나는 남의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급우로 인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같은 2학년 클래스에 있으니 단의 나이는 열일곱이나 열여섯 중 하나일 터이긴 했기에 꽤 불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했음에도, 니이나는 그녀의 대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하게 기억했다.
  우리 반에서 히가시야마 군 생일이 가장 빨라.

  ​"왜 또 딴 생각을 하는 얼굴이지."

  꺼끌꺼끌한 모래가 니이나의 턱과 뺨, 눈 아래를 긁어댔다. 단이 손을 털지 않고 땅을 짚었던 그대로 그녀의 얼굴을 잡아챈 탓이었다. 뺨에 인공적인 볼우물이 만들어질 만큼 꾹 눌러대는 것에 비해 아프지는 않은 손길이었다.

  ​"뭐가 불만이십니까."
  "……글쎄."

  시답잖은 질문과 대답. 그와 그녀가 어떠한 싸움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어제와 똑같이 생겨나고 부서지는 하얀 포말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하늘은 새파랬고, 출입 금지 표지판이 보이지 않도록 두 사람의 옆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는 날카로운 경계면만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위로 내리쬐는 햇볕은 선명한 직선의 형태였다.
  단은 니이나가 뿌리치지 않은 제 손으로 그녀의 턱 아래를 쓸고서야 손을 떼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내일 축제에 올 생각인 것 같던데."
  "…약속을 했으니까요."
  "취소해."
  "예?"
  "못 들었나? 오지 말라고."

  그가 자국이 남을 만큼 억세게 그녀의 손목을 쥐는 바람에 니이나는 눈과 눈 사이를 좁히며 표정을 구겨야만 했다. 아주 반사적으로. 물론 곧바로 놓기는 했지만, 단은 더 이상의 일언반구 없이 그녀의 앞을 지나쳐 갔고, 니이나를 골릴 때면 보이던 호선을 그의 얼굴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단이 해변가에 남긴 발자국을 파도 하나만큼 응시하던 니이나는 혀를 움직이지 않으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다시금 내려다본 해안에는 그의 손목에 있어야할 나무 염주가 떨어져 있었다. 셔츠에 던져진 모래와 같은 빛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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